🏡 이고은, Fresh page!

Fresh Page는 루이즈더우먼 멤버의 홈페이지 업데이트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고은 작가는 흐려지는 동시에 선명한 자국을 남기는 기억의 비선형적 움직임에 주목합니다. 씨앗을 심는 사람처럼 흙 대신 안료를 쌓아 한지에 그림을 그리고, 나무를 조각하고, 아크릴 곡면을 구조화해 이미지가 안착할 공간을 조성합니다. 휘거나 꺾어져 불연속적으로 지각되는 지지체 위에 한지 그림을 배접하여 이미지의 위치를 옮겨 붙여 작업하는데, 최근 이미지의 공간화에 대해 탐구하며 글과 웹이라는 재료를 다룹니다.

형태가 없는 듯 생장을 이어가는 것을 발견하길 좋아하며, 같은 이유로 자연의 일부인 식물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가벼운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하고 있습니다. 주요 전시로는 개인전 《파도의 높이》(2024, 아트 포 랩, 초점과 온점)가 있습니다.

수많은 이름의 길들을 지나 여러 면면이 보이는 곳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기억을 만난다. 희미해지고 스러지는 것들을 본다. 얼핏 힘없는 떨림처럼 보이는 현상이나 장면들의 힘을 믿는다. 모든 얼어붙은 것들이 땅에 스미기 전에 살짝 언 길을 만져보고 밟아보고 소리를 듣는다. 기억이 내는 온도와 소리를 따라가며 그곳에서 이방인이 되어본다.

현실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어디쯤 있을지 생각한다. 나와 가장 가까이 존재하고 언제나 꺼내볼 수 있지만 가장 불확실한 태도를 취하는 존재인 기억은 마치 손에 쥐어질 듯 가까워졌다가도 희끄무레 멀어진다.

기억의 움직임을 따라 여러 면면을 쌓고 덜어내며 엷은 양감을 가진 조형을 만든다. 흐려지는 동시에 자국을 내는 이미지들에 애정이 있으며 그들의 힘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물을 발굴하는 사람처럼 물감의 면면을 덜어내고, 기억이 배어있는 층층을 바깥 표면으로 끌어올린다.

작업은 멀어지고 가까워지며 진동하는 기억의 여러 이미지를 포개고 닦아내는 방법으로 나타난다. 비교적 시간적 거리가 있는 기억은 전체적으로 겹쳐 포개어 깊이 잠겨있는 채 장면들을 희구하듯이 그리고, 비교적 최근의 기억들은 수면위에 떠오른 장면들처럼 비껴 포개어 그리는 방법으로 기록하듯이 그린다. 완전히 마른 이후에도 형태의 고정에 대한 저항력이 적고 안료의 층을 가감하는데 유연한 동양 안료를 사용한다. 실제로 사용되는 안료와 더불어 포개고 닦아내는 과정 또한 주된 작업의 재료이다. 

이고은(1991)

기억의 유연함과 한계 모두를 좋아한다. 작업과 식물과 반려동물과 함께 여러 파도를 넘으며 종이에서 나무 조각으로, 평면에서 곡면으로, 텍스트에서 웹페이지로 작업의 재료들을 탐구하고 있다.

학력

2018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2014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동양화과, 미술사학과 부전공 졸업

2012 캉노르망디대학교 교환 프로그램

전시

개인전

2024 파도의 높이, 아트 포 랩, 초점과 온점, 안양

주요 단체전

2021 Serials, 레인보우큐브, 서울

2020 Wess Portfolio Archive, WESS,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