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에디터 이산오입니다.
인간이 가진 아름다운 능력은 시점을 바꿀 수 있는 능력 같아요. 무언가에 이입해 그것이 돼보기도 하고, 반대로 나 자신을 객관화해 볼 수도 있죠.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새처럼 세상을 축소해 멀리서 관망할 수도 있어요. 자유로운 인간의 시선은 공간과 환경에 대한 섬세한 감각으로부터 생겨나고, 섬세한 감각은 대상을 향한 관심과 애정에 기반한다고 생각해요.
마치 시인처럼 주변을 관찰하는 시점을 변화시키고, 소중한 이들과 나눈 예술의 순간을 작업으로 풀어내는 정다정 작가님(@dajeong__jeong)을 이번 레터에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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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05(Scene 05)-부산, 2020, mdf 위에 채색, 나뭇가지, 대리석, 형광등, 세라믹 구, 파라핀, 철 부품, 플라스틱 봉, 스컬피, 148 × 244 × 5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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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오 에디터) 안녕하세요 정다정 작가님, 인터뷰하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정다정 작가) 안녕하세요, 저는 드로잉을 기반으로 마케트(Maquette)*, 조각, 설치 작업을 하는 정다정입니다. 제 작업은 경험한 풍경과 사건을 멀리서 관망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최근에는 하늘에서 본 세상뿐만 아니라 연약하고 바스러지는 것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이러한 더미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Maquette: (조각, 건축의) 축소 모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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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2023, 그물, 석고, 안료, 마른 꽃, 잎, 나뭇가지, 110 × 135 × 15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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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오) 작가님의 작업에 사용되는 재료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 보여요. 먼지, 형광등, 나무, 금속, 세라믹 등 정말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고 계시는데, 이를 작업으로 유쾌하고 즐겁게 풀어내고 있는 것 같았어요. 특히 〈노가리〉와 〈물자리〉를 인상 깊게 보아 작품과 재료에 대한 설명을 함께 듣고 싶었습니다.
🎑 (정다정) 두 작품은 을지로 지역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노가리〉는 조각도로 파고 남은 나무를 불에 그을려 만들었는데요. 이 작품의 제목은 을지로 대표 술안주 노가리에서 가져왔습니다. 노가리는 저렴한 안주이자 '편하게 수다 떤다(노가리 깐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삶과 예술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순간, 이 시기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퍼석하면서 고소한 노가리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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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리, 2023, 나무 위에 아크릴, 5 ×12 × 1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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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자리, 2023, 나무 위에 아크릴, 스컬피, 다보, 18 × 29.8 × 21.2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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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다정) 〈물자리〉는 물이 흐르는 곳에는 물고기, 예술, 사랑이 자리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나무판에 격자무늬 물길을 형성하고 푸른 스컬피로 물이 흐르는 모습을 표현해 제가 머무르는 을지로를 묘사했습니다. 이처럼 저는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다양한 형식의 작품으로 표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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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07(Scene 07)-을지로, 2022. mdf 위에 채색, 파라핀, 열매, 각종 부품, 세라믹 링, 철통, 사운드, 아이폰, 스피커, 조명, 모터, 65 × 100 × 100 cm, 9분 24초, 사운드 디자인: 이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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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오) 작업이 크게 〈장면(Scene)〉, 〈먼지(Dust)〉, 〈샘솟는(Gush)〉 시리즈로 나뉘는 것 같아요. 각 시리즈에 대한 설명과 이들이 이어지는 지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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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다정) 주변 풍경과 수집된 오브제에 의한 장면(Scene) 시리즈를 제작하고, 이후 장면 시리즈에서 남은 부스러기와 부산물을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다음 삶을 허락하는 방식으로 먼지(Dust)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샘솟는(Gush) 시리즈는 예술가로서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보며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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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08(Scene 08)-터널_낮, 2022, mdf, 아크릴, 유화, 루나크림 대리석, LED 조명, 나뭇가지, 열매, 56 × 240 × 6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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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먼지 06(Dust 06), 2023, 석고, 씨앗, 마른 꽃, 6 × 8 × 12 cm
(오) 먼지 02(Dust 02), 2023, 석고, 안료, 마른 꽃, 6 × 31 × 12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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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솟는 03, 2022, mdf와 철판 위에 유화, 삼각대, 흑연가루, 조명, 70 x 190 x 3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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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오) 작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에서 진행된 2인전 《Studio Project 3 : 정다정×함진》(링크) 을 봤어요. 이전 작업이 공간에서 수집한 재료를 입체 작업으로 함축시키는 방식이었다면, 반대로 입체 작업을 공간에 펼쳐내면서 장소를 바라보는 특유의 감수성을 드러내는 것 같았어요. 전시와 작품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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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Studio Project 3 : 정다정×함진》(2023,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전시전경
(오) 장면 12(Scene 12)-네 개의 시점 그리고 찡그림, 2023, 석고, 안료,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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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다정) 이전 작업에서는 거대한 세상을 축소하여 나무판 구조 안에 조각과 설치로 담아내었다면, 사루비아 전시에서는 더욱 다각적인 접근을 위해 판을 덜어내고 장면을 펼쳐놓아 공간 속으로 스며들게 했습니다. 전시장의 공간감을 오롯이 감각한 후 그 공간 안에서 감각을 풍부하게 표현해 보려 했으며, 관객들이 전시장을 걸어 다니며 장면을 전체적인 분위기로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장면 시리즈에 이어 먼지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전시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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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캠핑(Dust Camping), 2024, 캔버스 위에 분말 안료, 유화, 나뭇가지, 24.5 × 33.2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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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오) 함진 작가님과의 이인전뿐만 아니라 《Deep Black Square》(전시정보링크), 《Layering : 오늘의 날씨는 세네 겹입니다.》(링크)와 같은 전시를 통해서 볼 수 있듯, 작가님은 여러 사람들과 비교적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나누며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는 것 같아요. 전시 과정에서 일어난 많은 일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 (정다정) 단체전은 저에게 있어 예술 활동을 이어 나가는 동료들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매해 제한된 시간과 에너지 속에서 누구와 소통하고 협력하는가가 작업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전시를 관람하며 만나보고 싶었던 작가들과 차근차근 연을 맺어가며 공유하는 기억이 생기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특히 대학원 졸업 후 준비한 전시 《Layering : 오늘의 날씨는 세네 겹입니다.》는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첫 단계부터 끝까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늦은 저녁 작업실에서 긴장과 설렘 속에서 쓴 러브레터 같은 섭외 메일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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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오) 올 9월 ‘레인보우큐브’에서의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어요. 주택을 개조한 전시장인데, 이러한 독특한 공간적 특성을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됩니다. 어떤 전시를 준비 중인지 소개 가능할까요?
🎑 (정다정) 가족, 친구, 예술가를 위한 〈장면(Scene)〉을 준비 중입니다. 저의 첫 개인전이 될 예정인데, 따뜻한 분위기의 집에서 제 기억 속의 장소와 사람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제작한 〈장면 01-13〉 을 되새기며 지금 이 시기에 의미 있는 새로운 장면들을 담으려 합니다. 과정작과 완성작이 한 판 위에 섞이며, 그 속에서 작업의 소스와 제스처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려 합니다. 〈장면〉에는 하늘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 확대와 축소를 오가며 생기는 간극을 상상력으로 채워 넣는 이야기, 수집한 재료를 분류하는 내용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관객이 거실과 방을 돌아보면서 거인이 되었다가 소인이 되었다 하는 경험을 통해 더 다양한 세상을 만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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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오) 작가님은 현재 을지로의 ‘그블루 갤러리’와 공유 작업실인 ‘상록수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작업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작가로서, 공간 운영자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고민하면서 지속하는지 궁금합니다.
🎑 (정다정) 작가와 공간 운영자를 겸하는 일은 두 배로 힘들지만, 두 배의 행운과 경험도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두 역할 사이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으며, 결국 작가로서 더욱 도움이 되는 방향이 될 거라 믿습니다. 늘 함께 해주는 동료들이 곁에 있기 때문에 지금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같이 나아갈 에너지를 충분히 갖고 있다고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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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말 서울 합정역 부근에 위치한 레인보우큐브에서 개인전 《장면 (SCENE)》을 열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첫 개인전을 하게 되어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입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12월 초에는 갤러리 코소에서 윤지음x정다정 2인전 《소인2 거인이라》를 개최할 예정이니 제 드로잉과 마케트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방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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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정🎑
경험한 풍경과 사건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장면(Scene)’ 시리즈를 제작하고, 부스러기 더미에서 발견한 작은 조각들과 연약한 것을 더해 ‘먼지(Dust)’ 시리즈를 이어간다.
주요 단체전
2023 Studio Project 3 : 정다정×함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서울
2023 Deep Black Square, 가자실내낚시터 대학로점, 서울
2023 INFINITY OF SENSE, 더 소소, 서울
2022 Layering : 오늘의 날씨는 세네 겹입니다., 보안여관, 서울
2022 기이한 감각국, 온수공간,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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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시야를 확장해 보면 먼지처럼 연약한 것들이 또 다른 그림으로 보일지도 몰라요. 거시적, 미시적 세계를 자유롭게 유영하다 보면 소중한 기억과 상상으로 채워진 세상에 빠져들 수 있을 거예요.
🕊️이산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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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루더우레터
김의선, 안진선, 이강선, 이산오, 전영주, 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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