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ઈ스킨케어신화ઉ

💬 소셜미디어에 ˙Egirl˙의 모습으로 셀피를 올리면서 시작한 작업 〈ઈ스킨케어신화ઉ〉는 디지털 자아를 위한 현재 진행형 신화라고 할 수 있어요. 종교 삼면화 같은 구조로 스크린을 설치하고 중앙에 셀피를 상영하는 작업인데, 좌우로 버추얼 이미지의 천사와 괴물 형상이 나와요.

💬 이 전시에서는 영상을 벽면 가득히 영사해서 얼굴을 가능한 크게 비췄어요. 한시적으로 소모되는 셀피 비디오에 신적인 영속성을 부여하면서요. 작업이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환경에 맞춰 적응하길 바랐습니다.

💬 스크린 아래에선 디지털 자아를 위한 신화를 구축한다는 생각으로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성경 구절을 낭독하는 소리와 클래식, 비트가 교차하는 사운드에 맞춰 춤을 췄어요. 스크린 속 인물이 카메라 저변으로 시선을 던지는 데 반해, 아래에서 춤추는 인물은 신체 내부로 감각을 집중시키는 거죠. 성경 구절을 낭독하는 것 외에도 공간의 빛을 조종하거나, 자신의 몸을 제물로 바치는 동작을 하며 퍼포머를 예배자들처럼 구성했습니다.

2️⃣ 베드 트레이닝

💬 〈ઈ스킨케어신화ઉ〉파트가 끝나면 두 퍼포머가 한 명의 쓰러진 퍼포머의 몸을 이끌고 〈베드 트레이닝〉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 〈ઈ스킨케어신화ઉ〉와 〈베드 트레이닝〉은 원래 다른 시기에 제작된 작업이지만 하나의 공연으로 연결되길 바랐어요. 퍼포먼스의 스코어를 모듈처럼 생각하고 조립하는 방식으로요. 이를 위해 끈이 이어진 버클을 퍼포먼스의 오브제로 이용했습니다. 퍼포머가 서로와 공간에 연결되고 구속되는 것처럼 어딘가에 버클을 연결했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이동했어요.

💬 〈베드 트레이닝〉 퍼포먼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울기-웃기-신음하기 사이마다 구토하면서 상태를 계속 바꾸는 것인데요. 침대 같은 내밀한 곳에서 감정을 공적인 장소로 옮기는 단련된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 대화봇 ˙ChatGPT˙와 나눈 대화를 극화하는 것입니다. 계속된 질문으로 데이터를 생성하고, 오류를 발견하기도 하는 자리로서 퍼포먼스를 이어갔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타인에게 전이시키는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 설치물과 비디오, 퍼포머들을 배치할 때는 공간으로 커다란 신체를 만든다는 상상을 하며 구성했습니다. 벽면의 비디오를 피부라고 생각하고 벽면에 두 개의 구멍을 뚫어서 혈흔이 흘러나온 것처럼 꾸몄어요. 구멍 속으로는 침대 위 천사의 셀피가 보이는 모습이에요. 디지털 세계의 이미지와 현실 공간의 신체들이 서로 대립한다기보다 뼈와 살처럼 같이 있는 느낌으로 인식되기를 바랐습니다.

3️⃣ 탈락한 피부와 디지털 체액 편지

💬 〈ઈ스킨케어신화ઉ〉가 스크린의 매끈한 피부처럼 붙어있는 상태라면, 피부 내부에서 떨어지는 혈흔 같은 〈탈락한 피부와 디지털 체액 편지〉를 만들었습니다. 이 작업은 스크린 아래에 설치했어요.

디지털 자아는 자신의 몸에 새로운 것을 붙이거나 삭제하면서 변신할 수 있는 자아인데, 변신하고자 하는 욕망은 현실과 연결되어 있고 육체와 밀착돼 있다고 느껴요. 디지털 자아로 만날 수 있는 판타지적 이미지를 신체와 연결하고자 하는 충동과 욕망에 대해서 생각해요. 신체가 느낄 수 있는 촉각적 감각들을 설치와 퍼포먼스로 풀어내고 싶어요.

신작으로는 〈ઈ스킨케어신화ઉ〉 시리즈의 2023년도 새로운 버전을 준비 중이에요. 〈PURE HYMN〉이라는 제목의 음악 앨범과 뮤직비디오 형태로 발매 예정입니다. 음악에서 신체 소리와 메탈이 혼합된 찬송가와 함께 ‘신의 자리에 염증’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요, 전시에서 보여준 것들을 이 가사와 연결 지어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럼, 구독자 여러분 잘 지내시고 곧 작업으로 만나 뵈어요!

🖼️ 원정백화점 작가의 추천 전시 👉 창작 그룹 W/O F.의 《Trash Can! 나의 힘은 쓰레기통이다》를 작년에 매거진으로 접하여 인상 깊게 보았어요. 지금도 계속해서 웹사이트에서 작가별 작업과 글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원정백화점 

미디어 설치와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환상성을 가진 이미지에 대한 욕망과 그 이미지가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탐구한다. 현재는 온라인과 온라인 밖에서의 신체 감각에 집중하고 있다.

개인전

2020 하팃구리 데뷔 쇼케이스, 아노브, 서울

주요 단체전

2022 끝에서 두 번째 세계, 하이트컬렉션, 서울

2022 올 투모로우즈 파티스, 아트스페이스3, 서울

2021 Ars Electronica Garden Seoul Festival : Code H,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온라인

2019 НYД (EYE: (organ of sight), Mongolian spelling ᠨᠢᠳᠦ, 을지로 OF, 서울

자아가 디지털 세상으로 완전히 옮겨진 미래를 상상해 보면, 지금 내가 체감할 수 있는 신체의 감각들에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퍼포먼스 순간에 스스로에게 온전히 몰입하는 원정백화점 작가님처럼, 오늘 나에게 주어진 환경들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 이산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