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텔레비전 키드의 초상

루이즈 더 우먼의 여성예술인을 소개합니다.

2023. 7. 31.

💌 텔레비전 키드의 초상

루이즈 더 우먼의 여성예술인을 소개합니다.

님, 안녕하세요. 벌써 여름도 반이 지나갔네요. 저는 여름을 참 좋아하지만, 때로는 여름 특유의 생기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가면 열기 덕분인지 이 계절은 좋은 순간이 더 강하게 남아 있더라고요. 님의 여름이 다정한 기억으로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개인의 기억과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통해 같은 시대를 자란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동의 감수성을 탐구하는 유지인 작가님 @yudith__j 을 소개합니다.

무제(living for), 2022, plywood, drawing, led, 80 x 80 x 160 cm

🌞 안녕하세요, 유지인 작가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루더우 레터 구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시각예술가 유지인입니다. 저는 한 개인의 정체성이 자라온 시대의 정서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떠오르는 어느 유년기의 풍경에 인물을 더해 회화의 화면을 구성하거나, 저 또는 가족의 기억과 경험을 빌려 서사를 만듭니다. 과거의 이야기를 체화하기 위해 지나온 시대에 접했던 대중매체 속 인물을 직접 연기하며 영상을 제작했어요.

그 중 〈열쇠와 기다림〉(2022)은 과거의 풍경과 닮은 공간에 누군가의 어린 시절로 보이는 아이를 드로잉 애니메이션으로 등장시킨 작업입니다.

열쇠와 기다림, 2022, HD video, 2min 35sec

🌞 〈열쇠와 기다림〉(2022)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다른 작업도 소개해 주세요!

💬 제가 찍었던 복도식 아파트의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문득 열쇠를 두고 와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부모님을 기다리던 어린 날이 떠올랐어요. 실재하는 풍경에 허상의 아이를 드로잉으로 더해서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기억을 발견하고 마주하려고 했습니다.

About 90’s, 2019, HD video, 5min 25sec

💬 〈About 90’s〉(2019)은 오래전에 방영한 인기 시트콤을 그대로 재현해 가족 구성원 각자가 본인의 역할을 맡아 연기한 작업입니다. 〈유씨네 인간극장〉(2021)은 아버지의 일과를 휴먼 다큐멘터리로 담았습니다. 이 작업들은 자라면서 익숙하게 보았던 대중매체 속 이미지들에 의해 개인의 취향이 형성되었다는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리빙룸 Leaving Room》(2021, 중간지점) 전시 전경

유씨네 인간극장, 2021, HD video, 9min 53sec

텔레비전 키드 초상, 2021, Mixed media, 6.0 x 8.5 cm

🌞 지인님은 영상 작업 외에도 드로잉, 회화,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매체를 선택하고 다루실 때 고민하는 지점이 있을까요?

💬 저는 기억과 감정의 단서를 추적하며 작업을 시작하고, 그것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적합한 매체를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서사가 있는 작업을 구상할 때면 주로 영상 매체를, 관람자와 마주하는 방식이 중요할 때는 설치 작업을 합니다. 최근에는 지나온 날을 바라보는 저의 태도와 정서를 회화와 드로잉을 통해 표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왼) 마중, 2022, acrylic and colored pencil on canvas, 162 x 130.3 cm

(오) 하원, 2022, acrylic and colored pencil on pnael, 53 x 45.5 cm

리빙룸 Leaving Room, 2021, HD 비디오, 프로젝터, 어항, 2min, 가변크기

내 이름은 유삼순, 2021, HD video, 4min 58sec

💬 여러 매체를 횡단하며 작업을 만들어내다 보니 작업 형태가 제각기 다르게 보이는 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작업이 막힐 때, 다른 매체를 경유해 실마리를 찾고 풀어갈 수 있어요. 제가 작업을 지속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지인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었던 것(영화, 책, 음악 등)은 무엇일까요?

💬 영화 ⟨원더풀 라이프⟩(1998)입니다. 영화에서는 생을 마감하고 천국에 가기 전 머무르는 ‘림보’라는 공간이 등장하는데요. 그곳의 직원들이 망자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한 가지’에 관해 묻고 그 대답을 직접 영화로 상영해 줘요. 소중한 기억 안에서 영원히 머무는 것이 곧 천국인 거죠. 누군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제 작업과 이 영화 속 영화를 만드는 모습이 닮아있다 느꼈어요. 게다가 무한의 기호로도, 영사기의 모양으로도 보이는 ‘림보’의 로고가 마음에 쏙 들어 첫 타투까지 새겨버렸다는 후문이 있답니다📽️🎞️♾️

무제(living for), 2022, plywood, drawing, led, 80 x 80 x 160 cm

🌞 요즘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 올해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감독을 보조해서 기획, 연출, 촬영 현장에 참여하는 조감독을 맡게 되었어요🎥 그동안 순수미술을 오래 공부하다가 영상 제작이라는 새로운 업계에 뛰어들어 눈물 쏙 빼며 고군분투 중이에요. 그동안의 영상 작업은 대부분 제가 화면에 직접 등장하기 때문에 셀프로 촬영하거나 가족들의 도움으로 만들어 왔는데요, 앞으로 큰 규모의 영상 작업을 할 때 힘이 되어주는 동료를 만드는 것이 최근의 목표이자 관심사입니다!

하교길, 2022, watercolor on paper, 77 x 145 cm

📮 추신

올해 하반기에는 제가 처음으로 연출한 뮤직비디오를 선보일 기회가 생길 것 같아요! 제 작업에서 종종 보였던 설치미술을 영상으로 기록한 형식으로 준비 중입니다. 정확히 언제 공개하게 될지는 아직 먼 산 이지만요⛰️👀 곧 소식을 전할 테니 @yudith__j 에서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려요! 그럼,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