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람의 서늘한 서사

일상 속 불안을 그리는 김주눈 작가

2022. 9. 15.

💌 한 사람의 서늘한 서사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루이즈 더 우먼의 여성예술인을 소개합니다.

이번 달은 일상 속 풍경에 내재한 불안을 회화로 표현하는 김주눈 @joo_nun 작가님을 소개합니다.

🌞 안녕하세요, 김주눈 작가님! 간단한 작업 설명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제 삶을 소재로 사회의 불안과 비극을 분석하고 있는 김주눈이라고 합니다. 주로 직접 찍은 📸사진과 메모한 일상의 기묘함을 약간 변형시켜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 개인의 미시사 속 일부분이 사회의 응축된 문제를 담고 있다는 가정하에,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동시에 화면 속에 담고자 합니다. 다만, 어떤 사회문제의 내용을 납작하게 담아 이해할 수 있게 보여주기보다는 보는 사람의 시선에서 그림이 살짝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 작업을 진행하며 즐겁거나 혹은 어려운 부분이 있을까요?

💬 작업이 머릿속으로 예상했던 모습과 다르게 완성되었을 때 즐겁습니다. 원래 캔버스 작업 하나를 들어갈 때 드로잉 한두 장은 꼭 하고 들어가는 편인데, 회화를 집중해서 그리다 보면 예상치 못한 실수나 터치로 흐르게 돼요. 그 점을 제가 통제할 수 없는데, 새로워서 그림이 참 매력적인 분야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마치 어떤 주제에 대해서 판에 박힌 태도를 고수하다가 다른 의견을 😮맞닥뜨리게 된 느낌이에요. 그래서 작업 중간중간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이끄는 중요한 터치가 나오게 됐을 때, 멀리서 보면서 원래라면 실패한 건데 왜 그림이 더 좋아 보이는지 🤔생각하고는 해요.

🌞 예상치 못한 흐름이 작가님을 이끌어준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 <Untitled>(2022) 작업이 기억에 남아요. 올해 1월에 있었던 개인전 이후로 밑색을 겹겹이 칠해 올리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는데, 밑색을 칠할 때부터 주변에 있는 먼지가 껴들어가면서 그림이 묘하게 지저분해졌어요. 먼지와 실수로 생긴 배경 칠 자국같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것들이 나타나니까 그림 속 풍경이 오래돼 보이는 효과가 있었어요. 저는 쓸쓸하고 고즈넉한 냉장고를 그리려고 했기 때문에 이런 실패들이 완성에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그림 이후로는 제가 썼던 스케치선, 흘린 자국, 주변의 먼지 등을 적극적으로 쓰게 됐습니다.

🌞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 예전에는 슬럼프가 길게 지속되다가 가끔 안정적인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한 달에 한 번쯤 짧게 오는 것 같아요. 작업을 오래 쉬지 않고 출근하듯이 했더니 슬럼프 강도가 약해졌어요. 한 달에 한 번 올 때는 너무 강박적으로 몸만 열심히 써서, 혹은 몸이 안 좋거나 휴식하지 않아서 오더라고요. 그래서 슬럼프가 오기 전에 저를 위해 매일 뭔가를 보상해 주기로 했어요. 몸에 그때그때 필요한 간식을 넣어주거나, 맛있는 🍸술을 먹는다거나, 단백질 보충용 고기를 먹는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혼자 🚶걷고 차 마시고 멍때리는 하루를 보내기도 해요. 그러면 혼탁했던 마음이 씻겨 내려가면서 세상이 좀 더 분명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 지난번 릴레이 질문으로 김의선 @euysun 작가님은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남겨 주셨습니다. 김주눈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제 원동력은 통각인 것 같아요. 간혹 사물이나 풍경이 제게 너무 무섭거나 아프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 순간 그 이미지가 제 안에서 너무 미스터리하게 남아서 답답함을 느껴요. 이 느낌을 어찌 됐든 해소하고 싶은데 오래 들여다보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기에 회화가 딱 적절한 매체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지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그걸 화면에 옮겨 그리면서 계속 시간이 흐르니까. 과정 중에 ‘왜 아플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찾게 되더라고요. 그럼 더 이상 처음의 이미지가 두렵지만은 않고 어느 정도 사랑스럽게 느껴져요. 그런 경험이 그림을 계속 그리게 하는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다음 달 바톤을 받으실 작가님께 릴레이 질문을 남겨주세요!

💬 최근 배우고 있거나 앞으로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