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미, Fresh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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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과 비물질 사이를 횡단하는 것이 가능할까?

스마트폰 화면 위로 끝없이 내려가는 트위터 피드를 바라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 평균 스크린 타임이 6시간을 넘는다는 알림이 떴지만, 내 손가락은 여전히 아래에서 위로만 움직이는 기계처럼 작동한다. 이쯤 되면 나의 의식은 물리적 현실이 아닌, 비물질적 가상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닐까. 인간은 오감 중 시각을 통해 세상의 80%를 인지한다고 한다. 우리는 스크린 너머의 비물질적 공간조차 시각적 촉각처럼 받아들이며 몰입한다. 이 과정은 스마트폰에 데이터로 저장되고, 데이터는 이제 하나의 자원이 되었다. 거대 테크 기업과 플랫폼은 사용자가 더 오래 머물도록 우리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으로 조정한다. 결국 '나만의 경험'이라 믿었던 감각마저 이미 미디어의 영향 아래 있다.

나의 작업은 이처럼 흐릿해진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은 점점 더 비물질적 공간에 의존하게 되었고, 우리는 화면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며, 정보를 습득하고, 감정을 표현한다. 이러한 변화는 현실과 가상, 물질과 비물질 사이에서 정체성과 실존을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묻게 만든다. 비물질적 데이터는 물리적 기반 없이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그것을 생성하고 소비하는 행위는 철저히 물질적 현실 속에서 이뤄진다. 이처럼 물질성과 비물질성은 상호작용을 하며 우리의 감각을 재구성하고, 경계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경험을 이끌어낸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상호작용을 피지컬 컴퓨팅과 디지털 데이터로 연결하고, 그것을 물리적 움직임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둔다. 무기질의 오브제에 움직임이 더해질 때, 그것은 마치 확장된 신체처럼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생명력을 부여받은 반(半)생명체로 변모한다. 예컨대 인간의 움직임을 센서로 감지하고, 그것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한 뒤, 다시 가상 공간 속 움직임으로 구현하는 방식은 물리적 현실과 디지털 가상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이러한 반생명체적 오브제는 때로 인간, 사물, 자연, 혹은 비가시적 존재를 대변한다. 나의 작업은 이와 같은 존재들을 통해 기술이 소외시키는 것들을 가시화하고, 기술 권력의 이면을 물질과 비물질의 횡단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

박선미

서울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디어 작가로, 키네틱 설치와 인터렉티브 미디어 작업을 통해 기술-환경이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탐구합니다

학력 

2023 브레멘 예술대학교 Digital Media 학사 졸업

2015 계원예술대학교 미디어아트 학과 졸업

단체전

2024, 《(알 수 없음)님이 나가셨습니다》, 월성약국, 강원도

2024, 《Gather and Scatter》, 코트, 서울

2023, 《Instance Zone》, 공간 파도, 서울

2023, 《Image Producing Workers》, 브레멘 예술 대학교, 독일

수상 및 선정

2022, AM Award(Talents Award), Annual Multimedia Award, 독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