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아사란, Fresh page!

Fresh Page는 루이즈더우먼 멤버의 홈페이지 업데이트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나의 작업은 기술, 디지털 이미지, 정보처럼 비물질적인 흐름이 현실과 나의 지각을 어떻게 재편하는지를 탐구해 왔다. 그러한 힘은 너무나 거대해 모든 것이 그 메커니즘에 예속되어 가는 듯하다. 최첨단 기술과 거대한 자본은 개인이 접근하기에는 극히 어렵거나, 불가능한 영역을 형성한다. 그러나 세계는 여전히 무게와 질감을 지닌 물질의 지반 위에 서 있다. 나는 그 물질성을 증명하는 매개로서 ‘물’을 자주 호출한다. 물은 가장 가느다란 틈새도 스며들어 연결된다. 한순간을 고정하고 시간을 담아두기도 한다. 동시에 거대한 질량의 덩어리로서 무게를 가진다. 흐름과 고정, 무경계와 중력—복합적인 특성을 품은 물 안에서, 나는 비물질과 물질이 서로를 흔드는 접점을 포착한다. 

최근 진행한 개인전 《井》은 이러한 관심을 ‘공간일리’라는 구체적인 장소성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한 시도였다. 지붕에 걸쳐져 마당을 가로지르는 〈무게 모으기〉, 우물에 기대 설치된 〈잇기〉, 우연히 쪼개진 바위 사이에 틈에 놓인 〈끼우기〉는 오직 해당 장소에서만 완성된다. 다시는 반복될 수 없는 시간의 한순간, 지금 여기. 

전시를 준비하며 마당 한가운데에 놓인 우물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우물 안에 물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건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을까? 어린 시절, 샘물을 파내고 싶어 하루 종일 맨땅을 후벼판 적이 있었다.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짓을 했을 것이다. 마른 땅에서 샘물이 퐁퐁 솟아나는 황홀한 이미지! 도시에서 나고 자라 우물에서 물을 길어본 적조차 없던 나는 그런 이미지를 대체 어디에서 보았던가? 나는 실시간으로 모든 것에 연결된 듯하다. 빛나는 화면으로부터 나는 내가 알고 싶은 정보, 때로는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던 수많은 정보를 마주한다. 그러나 정작 내가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감각은 오래전 단절된 듯하다. 지금 나는 마른 우물과 같은 세계에서 살고 있다. 

얼마 전 알래스카에 다녀왔다. 당초 여행의 목적은 이미지로만 접했던 빙하의 실재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나를 사로잡은 것은 800km의 도로 옆으로 계속 이어진 송유관-파이프라인이었다. 연결을 위한 거대하고 물리적인 지향, 그리고 그것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동원되는 수많은 사람. 그것은 ‘연결성’의 물질적 실체이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을 예측 가능한 시뮬레이션 속으로 종속시키려는 거대한 의지에 둘러싸여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예측 불가능하고 완전히 포획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을 위해서는 기꺼이 스크린 밖에 서 있어야 하며, 때로는 고통스러운 무게를 져야만 한다.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해 보고자 한다.

정아사란(1992)

디지털 매체와 조각을 중심으로 가상과 현실, 비물질 이미지와 물질 사이의 감각적 경계를 탐구한다.

학력 

2019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 석사 졸업

2017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25, 《井》, 공간:일리, 서울

2022, 《무거운 마음과 얇은 땅》, 온수공간, 서울

2022, 《Layer-by-Layer》, 볼록, 서울

단체전

2024, 《우리는 섬처럼떨어져 있을지라도》, 대구예술발전소, 대구

2024, 《디지털 자연》, 갤러리벗이, 경기도

2024, 《사랑의 단상》, 뚝섬미술관, 서울

수상 및 선정

2022, 청년예술가생애첫지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

2021, 코로나19 예술로 기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

2020, 청년 예술인 창작활동 지원사업, 성동구,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