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서 인쇄로 만들어진 책은 제게 배포할 수 있는 전시와 같습니다. 작가에게 전시는 창작물을 세상에 알리는 공표인 동시에 중요한 경제 활동이잖아요. 작가관이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작품을 이상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기도 해요. 그런 점에서 책을 제작해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판매 활동이 제게는 일종의 전시인 거죠. 하지만 작업 매체로 디지털 페인팅과 인쇄물만을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이세계가 실재하고 있고, 그곳의 물건을 가져왔다는 설정에 매료되었기 때문에 세계관을 표현할 수 있다면 조각, 도예, 목공, 자수 등 어떤 매체든 시도하고 싶어요.

💬 사실 루이즈 더 우먼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스스로 미술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전까지는 미술과 일러스트 작업이 구분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여러 작가님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절 미술인으로 재정체화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책을 곧 저의 작품이자 세계관을 표출하는 매체로 정의하게 됐죠. 루이즈 더 우먼을 통해 작업을 보는 시각과 가능성을 더 넓힐 수 있었고, 덕분에 앞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될 것 같아요.

💬 본디 한국에서 그림 자체를 단청이라고도 표현했다는 이야기 들어 보셨나요? 불화를 비롯해 조형품, 공예품, 석조건축, 심지어는 고분이나 동굴에 그리는 그림과 장식 모두 단청이라 불렀다고 해요. 이 단청을 작년부터 한국문화재재단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인어기행문〉(2017~2019)과 병풍 시리즈를 이어서 작업하기 위해서이지요. 비단을 직접 염색하고, 교반수를 칠하고, 석채와 안채, 호분과 먹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음 시리즈는 모두 실제 회화로 작업해 갤러리 전시에서 책과 굿즈를 함께 발표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아마 2~3년 뒤가 될 것 같지만 잘 부탁드려요!

루더우 작가 몇 분과 함께하는 팟캐스트 여기듣보 @podcast_ygdb 에서 PD로도 활동합니다. '여자 얘기만 듣고 보고 싶어'의 줄임말로, 여성 창작자의 여성 서사만 이야기하는 팟캐스트예요. 귀가 심심하실 때면 꼭 한 번 들어보시길 추천해 드리며 안부 인사드릴게요!

박해솔

이형의 생명체들과 그 배경이 되는 세계관을 한 권의 책으로 엮는다.

주요 출판물

2023 해담수인도감, 피알엔크리에이츠, 광주

2021 자연무늬자료집, 독립출판, 서울

2020 탐험가의 수첩, 독립출판, 서울

2017-2019 인어기행문, 독립출판, 서울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해솔 님의 작품처럼, 인쇄 매체를 넘어서 다양한 매체로 뻗어나갈 준비하고 있다니 벌써 기대가 됩니다. 님도 루더우 레터를 통해 더 넓은 가능성으로 여행해 보는 것은 어떤가요? 저는 님의 <탐험가의 수첩>도 응원합니다!

🧚 전영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