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계선 기록가'의 책장

이시마 작가의 작업요정!

2022. 10. 30.

💌 '경계선 기록가'의 책장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으악! 작업이 안 풀릴 때 나타나는~

루이즈 더 우먼의 여성 예술인이 작업을 할 때

어떤 매체에서 도움을 받는지 공유합니다.

이름없는 소수자 '비체'의 경계를 탐구하는 이시마 @sima.summ 작가님의 작업요정을 소개합니다.

🧚 시마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저는 스스로를 경계선 기록가라고 말하는 이시마 입니다. 비체(abject), 즉 타자조차도 되지 못한 제3의 지위를 가진 이름 없는 소수자들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이들을 비체로 만드는 경계선을 탐색합니다. “이 선을 넘는 순간 비체다!” 라고 폭로할 수 있다면 그 선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허황하였는지 지적할 수 있고, 이는 곧 이 경계선을 없애는 데 일조할 수 있거든요.

#dailydrag, 2022, print on paper, 210 × 297 cm

🧚 ‘경계선을 탐색한다'는 말이 흥미롭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매체를 활용해서 작업을 풀어나가고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 사진과 영상, 퍼포먼스 등 다매체를 중심으로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한 축은 세상의 비체들을 찾아서 인터뷰한 후 책과 전시로 엮어내는 프로젝트로서 성차별적인 한국 이름들을 모은 <이름생존자>, 남매성폭력 생존자들을 엮은 <오빠, 범인>이 있습니다. 다른 한 축은 사진 시리즈로서 드랙을 일상으로 모은 <#daily drag>, 그리고 정면을 보는 여성들을 모은 <정면을 보는 비체들>이라는 시리즈가 있어요. 저는 이들을 가시화합니다. 완전한 화이트 큐브 안에 정면을 노려보는 젊은 여성들의 사진만을 모아놓은 <정면을 보는 비체들> 시리즈로 예를 들면, 소위 남성적 시선에 노출되는 여성들이 여기서는 반대로 인간의 시선으로 타인을 보게 되는 거죠.

abjects looking ahead, 2022, print on paper, 210 × 297 cm

🧚 경계선 기록가로서 시마님의 취미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또 이 취미가 어떤 식으로 작업에 영향을 끼치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 책을 많이 읽습니다. 역사서나 사회과학서를 읽으면서 모르는 세상을 탐구하고, 모르는 사람의 삶이 가진 형태를 알아가면서 정리하는 것을 취미로 해요. 인생은 짧고 사람은 많으니까요.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을 단편적으로나마 빠르게 그리고 깊게 쓱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영감이 태어납니다. ‘이런 시선으로 사람을 보면 전에 몰랐던 부분이 보이는구나!’ 깨닫게 되어요. 독서는 다른 세상을 탐구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방구석에 앉아서 넓은 세상을 공짜로, 혹은 고작 만 몇천 원에 경험할 수 있다면 이보다 가성비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요!

28J3JCHF+P6, 2020, video, 9:18

🧚 시마님이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추천해 주세요.

💬 『조선의 퀴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조선시대 퀴어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입문서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의 무당에 관심이 많은데요, 최근에 조선의 트랜스젠더 무당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그들의 안채 생활에 대해 알게 되어서 이와 관련된 작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autumn nori, 2022, video, 8:20

🧚 책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며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고 있는 것 같아 앞으로 시마님이 하실 작업이 궁금해져요. 마지막으로 최근에 진행한 전시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 2022년 9월 28일부터 10월 8일까지 탈영역 우정국에서 첫 번째 개인전 ‘가을놀이'를 진행했습니다. 사람들은 태어나 길러지며 주변 환경에서 끊임없이 악의와 혐오를 마주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얼마만큼, 어느 선까지 참고 살 것인가가 우리가 각자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보구요. 그래서 한국의 4인 정상 가정이라는 틀 안에서 자라나는 한 여성이 어떤 방식으로 그것들과 관계하고, 가끔은 이기고, 대부분은 져버리면서 분노와 현실의 밸런스를 맞추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는 성장에서 겪는 피해를 얼마만큼 감내하고, 타협하고, 밸런스 맞추며 살아가는가. 얼마나 멋지게 아등바등하는가를 보여준 전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