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오랜만이에요. 루더우 레터가 개편을 거쳐 돌아왔습니다🙋♀️ 2024년 첫 호를 보내는 🌞에디터 이강선입니다. 2024년도 벌써 삼분의 일이 지났네요. 여러분은 새해 목표로 어떤 계획을 세우셨나요? 많은 분이 건강을 목표로 삼는데요, 저 또한 마찬가지였어요. 몸을 잘 보살피기 위해서는 몸을 잘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몸에 대해 둔감한 편이고 실제로 몸치이기도 해요. 초등학교 단체 체조 연습을 할 때 모두가 오른쪽 발을 드는데 혼자 왼쪽 발을 들곤 했어요. 저에게 몸은 정신과 따로 노는, 더 효율적으로 움직였으면 하는 기대를 자주 배반하는 방해물처럼 느껴졌어요.
평소 몸에 대한 감각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살았지만, 올해 1월 김민지 작가님의 개인전 《아무도 새롭게 태어나지 않은》을 통해 제가 가지고 있는 신체를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호모 압센티아’ 라는 형체가 없는 미래의 종이 ‘루카’를 찾아 떠도는 이야기를 따뜻한 침대에 누워 관람했습니다. 전시가 끝난 뒤 긴장이 이완된 상태로 친구와 겨울바람을 맞으며 길을 걸었던 게 생각나네요.
우리는 어떻게 몸을 감각하며 살아가야 할까요? 그리고 또 우리의 몸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 진화하게 될까요? 오늘은 인간의 몸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인간 혹은 생명체, 우리가 사는 시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발자취를 따라가는 🧘김민지 작가님(@minjikimmmmm)을 소개합니다.
|
|
|
《아무도 새롭게 태어나지 않는》(2023, 보안여관) 전시 전경
(사진:studio.anws)
|
|
|
🌞(이강선) 안녕하세요, 김민지 작가님! 간단한 작업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민지) 안녕하세요. 김민지입니다. 저는 조각을 전공하고, 현재는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로 설치와 영상을 많이 다루지만, 문학, 무용, 연극, 사운드 등 타 매체의 작가님들과 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지구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생명체는 왜 지구에 나타난 건지, 풀리지 않는 질문에 상상력을 더해서 작업합니다. 최근에는 인간의 몸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
|
|
루카에게(스틸컷), 2023, 단채널비디오, 13분33초
|
|
|
🌞 저는 최근 민지 님이 하시는 요가 클래스에 다녀왔어요. 쓰지 않던 근육을 새롭게 쓰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다른 방면에서 몸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요가를 하면서 올해 열렸던 개인전 《아무도 새롭게 태어나지 않는》을 통해 평소에 인지하지 못한 신체 부위를 느꼈던 게 생각났어요. 민지 님의 작업에 요가가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요?
🧘 요가를 접하면서 제 삶이 많이 달라졌어요. 성격이 급해서 일 처리를 빨리빨리 하는 삶을 살아왔는데요, 요가 수련을 할 때는 모든 게 천천히 흘러갔어요. 처음으로 몸과 마음이 연결되는 감각을 느끼면서 몸, 마음, 생각 모두를 진정시킬 수 있었어요. 이 느낌이 너무 신기해서 요가 자격증까지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지금은 요가를 나누는 일을 하고있어요. 요가의 마지막 과정 중 하나로 ‘사바사나(송장 자세)’라는 아사나(동작)이 있는데요, 저는 이때 팔다리가 ‘증발’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계속 이 감각이 무엇인지 꼬리를 물어 고민했고, 이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 작업으로 이어졌어요. |
|
|
사바사나 (송장 자세) ⓒ yoga journal
|
|
|
🌞 전시 《아무도 새롭게 태어나지 않는》 에서 〈루카에게〉, 〈몸만지기〉, 〈깨어있는 잠〉을 따라가다 보면 잠에 들지 않았음에도 긴장이 풀리고 푹 자고 일어난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방식은 어떻게 고안하게 되셨을까요? 🧘 〈루카에게〉 영상이 끝나면 몸속 깊숙이 스스로의 감각을 느낄 수 있게 ‘사운드 가이드’만 나오게 했어요. 〈몸만지기〉를 통해서 자신의 질량을 만져보고 바라보고, 〈깨어있는 잠〉을 통해 시각을 차단하고, 성우의 목소리를 따라가서 정신적인 이완을 할 수 있게 설정했습니다. 특히 〈깨어있는 잠〉은 의식적으로 긴장을 푸는 ‘요가 니드라(Yoga Nidra)’* 행법을 각색하여 만들었습니다.
* Yoga + Nidra(잠) = 잠에 든 것 처럼 편안하지만 의식은 깨어있는 상태를 말한다. |
|
|
루카에게(스틸컷), 2023, 단채널비디오, 13분33초
|
|
|
🧘 각색이 많이 되었지만 우리 몸 부위를 쓱 훑고 지나가는 부분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몸을 주목하면서도 몸에서 해방되는 호모 압센티아가 되어가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호모 압센티아'는 제 작업 속 설정 중 하나인데요. 호모 사피엔스의 최종 진화 버전으로 몸 형태가 없는 인간을 뜻합니다. 요가 니드라를 수련하면 이완되는 연습을 많이 할 수 있고, 몸에서 벗어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실제로 계속 안무가(협업자)와 수련을 하면서 만들었습니다. |
|
|
🌞 《아무도 새롭게 태어나지 않는》은 침대에 누워 가이드를 따라가며 몸을 느끼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전시인데요. 침대에 누워 경험하는 설치 방식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미래의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만큼 냉동 캡슐이 떠올랐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관객들은 1시간 동안 어두운 전시장에 놓인 침대에 누워 영상을 보기 때문에 잠든 분들도 많았어요. 아니 대다수가 잠들었던 것 같아요. (전시를 열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포인트! 저는 지킴이를 하고 있어서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또 처음 전시장에 들어오자마자 관람객의 움직임을 통제해 몸을 없애는 감각에 도달하고자 했습니다. |
|
|
전시 《아무도 새롭게 태어나지 않는》(2023, 보안여관)에서 김민지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의 모습
(사진:studio.anws)
|
|
|
《우연적인 환상》(2023, 온수공간) 전시 전경
|
|
|
🌞 2022년에 열렸던 《우연적인 환상》은 미래에 대한 수많은 가설을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가들의 협업을 통해 구성된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문학, 무용, 사운드아트, 연극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긴밀하게 협업하셨는데, 이렇게 다양한 매체의 작가님들과 협업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협업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 코로나가 한창 성행하고 있을 때, SF 소설을 많이 읽었어요. 소설책을 읽다 보니 ‘왜 SF 시집은 없을까?’ 라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하여, 문학, 사운드 작가들과 함께 SF 시집을 만들었습니다. 많은 인원과 함께하다 보니 스케줄링이나 섭외 등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양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었어요. |
|
|
『우연적인 환상』, 2023, 17 x 11.5 cm, 160 pages
|
|
|
🧘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눈에 보이고 부피가 있는 ‘시각' 미술만 해왔는데, 시집 작업을 통해서 제가 하고 싶은 게 어떤 시각 미술인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
|
|
《우연적인 환상》(2023, 온수공간) 전시 전경
|
|
|
🧘 저는 사람들과 함께 의견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작업을 구성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생각을 발전시키고 에너지를 얻어요. 시각적인 결과물보다는 지금 작업하고 있는 관심사에 알맞은 형식을 찾는 것을 좋아해서 계속해서 협업구조로 작업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서 함께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관계가 많이 생겼어요. 흥미로운 작업을 하시는 분들과 다음 작업에도 꼭 함께하고 싶어요! |
|
|
🧘 9월 말에 임현영 기획자님이 기획하신 전시 《Limbo》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종말’에 관한 이야기이고요, 2024년 9월 26일 한남동에 위치한 (구)대사관에서 전시합니다.
그리고 요가를 나누기 시작한 지 일 년이 다 되어간답니다! 홍대 ‘몸의집’에서 다달이 격주 토요일에 여러분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자세한 날짜와 위치는 제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모두 찌뿌둥한 몸을 함께 움직여 보아요!!
|
|
|
김민지🧘
시각적인 것들과 더불어 다른 매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인간 혹은 생명체, 우리가 사는 시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발자취를 따라가며 존재들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그것을 출발로 작업을 하고 있다.
개인전
2023 아무도 새롭게 태어나지 않는, 보안 아트스페이스3, 서울
2022 우연적인 환상, 온수공간, 서울
2021 OO을 찾아서, 가삼로지을, 서울
주요 단체전
2022 옴: 최후의만찬, 유영공간, 서울 (팀 옴전시)
2021 신음과 비명너머에서 가다듬어, 여튼952, 경기도 2021 그 도시의 기억법, 씨알방학간, 서울 |
|
|
신체는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가둬 놓고, 기쁘게 하고, 때로는 주저앉게 합니다. 미래에 우리가 존재하지만 더 이상 신체에 얽매이지 않게 된다면, 어떤 세계로 갈 수 있을까요? 몸에 새겨진 시간이 사라지는 세상에서는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게 될까요? 곧 다가올 여름에도, 그리고 먼 미래에도 님의 몸을 둘러싼 세상이 평안하길 바랍니다.
🌞 이강선 에디터
|
|
|
발행 루더우레터
김의선, 안진선, 이강선, 이산오, 전영주, 최지원
루이즈더우먼
💰후원 계좌 카카오뱅크 3333-27-2485869 안진선(루더우레터)
루더우레터 내 모든 사진과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에게 있으며, 허가없이 활용 할 수 없습니다.
|
|
|
|
|